EV5 시승기 보고 가족용 전기 SUV 고르는 방법

얼마 전 전기 SUV를 보러 간 지인이 EV5 앞에서 한참을 맴돌더니, “생각보다 크고 조용한데 가격표는 꽤 복잡하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EV5는 단순히 작은 EV9 느낌으로만 보면 아깝습니다. 차체 크기, 주행거리, 승차감, 트림 구성을 같이 봐야 이 차가 내 생활에 맞는지 감이 옵니다.
크기는 중형 SUV에 가깝게 봐야 합니다
EV5의 차체는 전장 4,610mm, 전폭 1,875mm, 휠베이스 2,750mm입니다. 숫자만 보면 도심 주차가 아주 부담스러운 대형 SUV는 아니지만, 실내 체감은 꽤 여유롭습니다. 특히 2열 바닥이 평평하고 전기차 특유의 패키징 장점이 살아 있어서 가족용으로 접근하는 분들이 좋아할 만합니다.
운전석에 앉으면 시야가 높고 대시보드가 수평으로 뻗어 있어 차폭 감각을 잡기 쉽습니다. 근데 전폭이 1,875mm라 좁은 기계식 주차장이나 오래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는 문 열림 여유를 한 번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매일 주차하는 공간이 좁다면 시승보다 주차 테스트가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주행 느낌은 빠름보다 편안함 쪽입니다
EV5 시승기에서 가장 먼저 봐야 할 부분은 가속감보다 반응의 결입니다. 롱레인지 2WD 기준 모터 최고출력은 160kW, 최대토크는 295Nm입니다. 수치상 폭발적인 고성능 전기차는 아니지만, 도심 합류나 고속도로 추월에서 답답함을 크게 느낄 성격도 아닙니다.
성향은 꽤 부드럽습니다. 가속 페달을 살짝 밟았을 때 차가 울컥 앞으로 튀기보다 차분하게 속도를 올리는 타입에 가깝습니다. 솔직히 운전 재미만 따지면 더 날카로운 전기차도 많습니다. 대신 배우자, 아이, 부모님을 자주 태우는 집이라면 이 온건한 세팅이 장점으로 바뀝니다.
승차감은 EV5가 꽤 공들인 부분입니다.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쓰고, 기본 사양부터 윈드쉴드와 1열 이중접합 차음 글라스가 들어갑니다. 상위 사양에서는 2열까지 차음 글라스 구성이 강화되는 흐름이라,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에 예민한 분이라면 트림 차이를 직접 들어보는 게 좋습니다.
주행거리와 배터리는 롱레인지가 기준입니다
기아 공식 제원 기준으로 스탠다드는 60.3kWh 배터리, 롱레인지는 81.4kWh 배터리를 씁니다. 스탠다드 2WD는 18인치 기준 복합 351km, 19인치 기준 복합 342km입니다. 출퇴근과 장보기 위주라면 충분하지만, 주말 장거리 이동이 잦으면 충전 계획을 더 자주 세워야 합니다.
롱레인지 2WD는 18인치와 19인치 모두 복합 460km로 인증되어 있습니다. 도심 507km, 고속도로 402km 수치라 일상 체감도 안정적인 편입니다. 롱레인지 4WD는 18인치 기준 복합 420km, 19인치 기준 복합 406km로 내려갑니다. 눈길 안정감이나 네 바퀴 굴림이 필요하면 4WD가 매력적이지만, 효율과 가격을 함께 보면 2WD 롱레인지가 가장 대중적인 선택입니다.
- 도심 위주, 예산 우선: 스탠다드 2WD
- 가족용 메인카, 장거리 이동 있음: 롱레인지 2WD
- 눈길·언덕길·캠핑 이동 잦음: 롱레인지 4WD
- 디자인과 고급 사양 중시: GT-Line 롱레인지
가격표는 옵션을 넣기 전부터 비교해야 합니다
2026년 10월 기아 가격표 기준으로 EV5는 세제혜택 후 에어 스탠다드 4,155만 원부터 시작합니다. 에어 롱레인지는 4,575만 원, 어스 스탠다드는 4,530만 원, 어스 롱레인지는 4,950만 원 수준입니다. GT-Line은 디자인과 실내 구성이 더해져 스탠다드 4,630만 원, 롱레인지 5,060만 원대부터 봐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기본형도 안전 사양이 빈약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고속도로 주행 보조, 차로 유지 보조 2, 9에어백 같은 구성은 기본부터 챙깁니다. 그래서 단순히 “비싼 트림이 안전하다”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는 적습니다. 차이는 통풍시트, 스마트 파워테일게이트, 디지털 키, 3존 공조, 실외 V2L, 디자인 요소 같은 생활 편의 쪽에서 더 크게 납니다.
제가 고른다면 이렇게 봅니다
가성비를 가장 중요하게 보면 에어 롱레인지 2WD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배터리와 주행거리의 이득이 확실하고, 기본 안전·편의 사양도 일상용으로 부족하지 않습니다. 다만 여름철 통풍시트, 가족이 자주 쓰는 전동 테일게이트, 2열 편의성을 중요하게 보면 어스 롱레인지 쪽 만족도가 높습니다.
EV5는 스포츠카처럼 운전자를 자극하는 차라기보다, 조용히 매일의 이동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전기 SUV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시승할 때도 급가속 한 번보다 과속방지턱, 골목 회전, 2열 탑승감, 충전 동선, 유모차나 캠핑 박스 적재를 함께 봐야 합니다. 그렇게 보면 EV5의 장점은 꽤 선명합니다. 화려한 한 방보다 가족이 오래 타도 피로가 적은 쪽에 무게를 둔 차, 저는 그 점이 이 차의 가장 현실적인 매력이라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