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9 시승기처럼 직접 타보고 후회 줄이는 방법

얼마 전 대형 SUV를 보러 간 지인이 EV9 운전석에 앉자마자 “생각보다 버스 같지는 않네”라고 말하더군요. 저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EV9은 전장 5,010mm, 전폭 1,980mm, 휠베이스 3,100mm의 큰 차인데, 실제로 움직이면 덩치보다 차분하고 조용한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EV9 시승기는 단순히 “크다, 조용하다”에서 끝내면 아깝습니다. 이 차는 가족용 3열 SUV, 장거리 전기차, 고급 이동 수단이라는 성격이 한 차 안에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시승 전에는 트림보다 사용 목적을 먼저 잡는 게 좋습니다
EV9은 스탠다드와 롱레인지, 2WD와 4WD, 6인승과 7인승 선택에 따라 성격이 꽤 달라집니다. 기아 공식 제원 기준 스탠다드는 76.1kWh 배터리, 롱레인지는 99.8kWh 배터리를 씁니다. 복합 주행거리는 스탠다드 2WD 19인치가 374km, 롱레인지 2WD 19인치가 501km로 차이가 큽니다. 장거리 이동이 잦다면 숫자만 봐도 롱레인지 쪽이 마음 편합니다.
다만 4WD가 무조건 좋은 선택은 아닙니다. 롱레인지 4WD 19인치는 복합 445km, GT-Line 4WD 21인치는 443km 수준입니다. 출력은 확실히 넉넉하지만 주행거리와 가격, 타이어 비용까지 같이 올라갑니다. 서울과 수도권 위주로 타고 집밥 충전이 가능하다면 2WD도 충분히 현실적입니다. 반대로 눈길, 캠핑, 고속도로 추월, 짐을 많이 싣는 생활이 많다면 4WD의 안정감이 더 설득력 있습니다.
운전감은 조용하지만, 차 크기는 계속 의식됩니다
EV9의 첫인상은 묵직합니다. 전기차답게 출발은 부드럽고, 낮은 속도에서 소음이 적어 탑승자가 편합니다. 특히 롱레인지 4WD는 283kW, 384마력급 시스템 출력이라 큰 차체를 답답하게 끌고 간다는 느낌이 적습니다. 근데 이 차의 매력은 빠른 가속보다 “큰 차가 너무 바쁘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시내에서는 회생제동 단계 조절이 중요합니다. 강한 회생제동을 걸면 원페달 주행에 가까운 감각이 나오지만, 동승자가 멀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가족을 태운다면 처음부터 강하게 쓰기보다 중간 단계에서 브레이크 페달과 섞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고속도로에서는 직진 안정감이 좋고 바닥 배터리 덕분에 무게 중심이 낮게 느껴집니다. 대신 차폭이 거의 2m라 좁은 골목, 낡은 지하주차장, 기계식 주차장에서는 긴장이 됩니다. 시승할 때 전시장 주변 큰길만 돌지 말고 실제로 자주 가는 마트나 아파트 주차장과 비슷한 환경을 경험하는 게 훨씬 정확합니다.
2열과 3열은 숫자보다 앉아보는 시간이 중요합니다
EV9을 고르는 사람 대부분은 2열과 3열 때문에 관심을 갖습니다. 휠베이스 3,100mm가 주는 공간감은 분명합니다. 2열은 성인이 장거리로 타기에도 여유가 있고, 바닥이 비교적 평평해 전기차 플랫폼의 장점이 잘 드러납니다. 6인승은 2열 독립시트의 만족감이 높고 통로 이동이 편합니다. 7인승은 가족 구성원이 많거나 카시트와 성인 탑승을 자주 섞어야 할 때 실용적입니다.
3열은 “쓸 수 있는 3열”에 가깝습니다. 어린이만 겨우 앉는 보조석 느낌은 아니지만, 성인 장거리용으로는 체형과 앞좌석 배치에 따라 평가가 갈립니다. 실제 시승 때는 2열을 가장 편한 위치에 둔 뒤 3열에 앉아보는 순서가 좋습니다. 많은 분들이 2열만 보고 만족했다가 3열 접근성, 무릎 공간, 에어컨 바람 방향, 충전 포트 위치에서 생각이 바뀝니다.
- 아이 둘 이상이면 6인승 독립시트의 이동 편의성을 꼭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 부모님을 자주 모신다면 2열 승하차 높이와 손잡이 위치를 봐야 합니다.
- 캠핑 장비가 많다면 3열을 세운 상태의 적재공간을 직접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전비와 충전은 생활 패턴에 따라 만족도가 갈립니다
EV9은 대형 전기 SUV라 전비가 소형 전기차처럼 가볍게 나오지는 않습니다. 공식 복합 전비는 롱레인지 2WD 19인치가 4.2km/kWh, 롱레인지 4WD 19인치가 3.8km/kWh, GT-Line 4WD 21인치가 3.8km/kWh입니다. 실제 주행에서는 날씨, 속도, 공조 사용, 탑승 인원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특히 겨울철 고속도로에서는 인증 주행거리보다 보수적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그래도 99.8kWh 배터리 모델은 심리적 여유가 큽니다. 주말에 서울에서 강릉, 부산, 전주 같은 장거리 코스를 자주 움직인다면 충전 계획이 훨씬 단순해집니다. 반면 집이나 회사에 완속 충전 환경이 없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큰 배터리는 장점이지만, 충전 인프라가 생활 동선과 맞지 않으면 매번 충전 시간을 계산해야 합니다. EV9을 살 때는 차량 가격만 보지 말고 한 달 주행거리, 완속 충전 가능 여부, 자주 가는 휴게소 급속 충전 혼잡도를 같이 놓고 판단해야 합니다.
EV9을 시승할 때 꼭 확인할 포인트
EV9의 시작 가격은 세제 혜택 후 6천만 원대 초반부터 형성됩니다. 여기에 롱레인지, 4WD, GT-Line, 6인승, 각종 편의 사양을 더하면 체감 가격은 빠르게 올라갑니다. 그래서 시승에서는 옵션의 화려함보다 매일 쓰는 기능부터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디지털 룸미러가 눈에 편한지, 차선 유지 보조가 내 운전 습관과 잘 맞는지, 2열 승객이 조용하다고 느끼는지, 주차 카메라 화질과 거리감이 익숙한지 같은 부분입니다.
추천 시승 코스
가장 좋은 코스는 저속 골목, 방지턱, 고속화도로, 지하주차장이 섞인 길입니다. 방지턱에서는 2열 승차감과 차체 흔들림을 보고, 고속화도로에서는 풍절음과 추월 가속을 확인하면 됩니다. 주차장에서는 회전반경과 카메라 의존도를 느낄 수 있습니다. 솔직히 EV9은 10분 시승으로 판단하기엔 아쉬운 차입니다. 차가 큰 만큼 가족이 타고 내리는 과정, 짐을 싣는 과정, 충전구 위치까지 몸으로 겪어야 진짜 장단점이 드러납니다.
제 기준에서 EV9은 운전 재미를 앞세운 SUV라기보다 가족의 이동 품질을 크게 끌어올리는 차에 가깝습니다. 큰 차가 필요한데 내연기관 대형 SUV의 소음과 진동이 싫고, 전기차의 조용함과 넓은 실내를 동시에 원한다면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다만 주차 환경이 좁거나 충전 루틴이 불안정하다면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EV9 시승기는 결국 “차가 좋은가”보다 “내 생활이 이 큰 전기 SUV를 받아줄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과정에 가까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