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를 위한 바이크 용품 고르는 방법

얼마 전 주말에 주차장에서 새 바이크를 막 출고한 분과 이야기할 일이 있었는데, 바이크보다 용품 고르는 일이 더 어렵다고 하더군요. 사실 맞는 말입니다. 차는 안전벨트와 차체가 기본으로 보호해 주지만, 바이크는 헬멧, 장갑, 재킷, 부츠 같은 장비가 곧 내 몸을 지키는 구조물이 됩니다.
바이크 용품은 멋으로만 고르면 금방 후회합니다. 특히 초보일수록 디자인보다 착용감, 보호 범위, 계절 대응력, 실제 사용 빈도를 먼저 봐야 합니다. 비싼 제품이 항상 좋은 건 아니지만, 너무 싼 제품은 중요한 순간에 차이가 납니다.
헬멧은 가격보다 머리에 맞는지가 먼저다
바이크 용품 중 가장 먼저 돈을 써야 할 장비는 헬멧입니다. 헬멧은 머리에 살짝 얹는 물건이 아니라 충격을 흡수하고 시야를 확보하는 안전 장비입니다. 처음 착용했을 때 볼이 약간 눌리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도 헬멧이 따로 움직이지 않아야 합니다.
풀페이스 헬멧은 턱까지 보호해 주기 때문에 초보자에게 가장 무난합니다. 오픈페이스는 시원하고 편하지만 턱과 얼굴 하부가 노출됩니다. 시스템 헬멧은 턱 부분이 열려 편리하지만 구조가 복잡한 만큼 무게가 조금 더 나가는 편입니다.
헬멧은 충격을 받은 적이 있거나 내부 완충재가 눌린 느낌이 들면 교체를 고려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3년에서 5년 정도 사용하면 내장재와 접착 부위가 서서히 노화됩니다. 겉이 멀쩡해 보여도 햇빛, 땀, 습기 영향을 계속 받기 때문입니다.
장갑과 재킷은 넘어졌을 때 차이가 난다
사람은 넘어질 때 본능적으로 손을 먼저 짚습니다. 그래서 장갑은 선택 용품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습니다. 손바닥 부분에 보강 패널이 있고, 손등 관절 보호대가 있으며, 손목을 단단히 잡아 주는 제품이 좋습니다. 얇은 패션 장갑은 바람은 막아도 노면 마찰에는 약합니다.
재킷은 어깨, 팔꿈치, 등 보호대가 들어가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보호대는 CE 등급 표기가 있는 제품이 많고, 레벨 1보다 레벨 2가 충격 흡수 성능이 더 높은 편입니다. 다만 보호대가 두꺼워 움직임이 불편하면 결국 안 입게 됩니다. 입었을 때 팔을 앞으로 뻗어도 어깨가 심하게 당기지 않는지 보는 게 중요합니다.
여름에는 메시 재킷이 좋고, 봄가을에는 탈착식 내피가 있는 제품이 실용적입니다. 겨울에는 방풍 성능이 체감 차이를 크게 만듭니다. 근데 한 벌로 사계절을 완벽히 버티려 하면 애매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봄가을용 재킷 하나를 기준으로 잡고, 계절별로 필요한 장비를 조금씩 보완하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부츠와 하의 보호대는 초보가 놓치기 쉽다
초보자가 가장 자주 빠뜨리는 바이크 용품이 부츠와 하의 보호장비입니다. 그런데 실제 사고에서는 발목, 무릎, 정강이 부상이 꽤 흔합니다. 일반 운동화는 편하지만 발목을 잡아 주지 못하고, 끈이 체인이나 발판 주변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바이크 부츠는 발목 복사뼈 주변 보호대, 뒤꿈치 보강, 미끄럼 방지 밑창을 봐야 합니다. 출퇴근용이라면 너무 딱딱한 레이싱 부츠보다 워킹화처럼 걸을 수 있는 라이딩 슈즈가 낫습니다. 장거리 투어가 많다면 방수 성능과 발등 압박감도 중요합니다.
하의는 라이딩 진이나 무릎 보호대를 많이 씁니다. 일반 청바지는 마찰에 강해 보여도 고속으로 미끄러질 때는 생각보다 빨리 손상됩니다. 케블라 계열 보강 원단이 들어간 라이딩 진, 탈부착 무릎 보호대, 엉덩이 패드까지 갖춘 제품이면 도심 주행에서는 꽤 든든합니다.
비 오는 날과 야간 주행 용품도 미리 챙겨야 한다
바이크는 날씨에 민감합니다. 비가 오면 체온이 떨어지고, 시야가 좁아지고, 노면 접지력도 줄어듭니다. 그래서 우비는 얇은 일회용보다 바이크 전용 레인슈트가 좋습니다. 주행풍 때문에 옷이 펄럭이면 피로가 빨리 오고, 물이 목과 소매로 들어오면 짧은 거리도 힘들어집니다.
야간 주행을 한다면 반사 소재가 있는 장비를 추천합니다. 검은 재킷과 검은 헬멧은 멋있지만 어두운 도로에서는 존재감이 확 줄어듭니다. 반사 스티커, 밝은 색 장갑, 후미등 보조 장치처럼 작은 용품이 실제로는 꽤 큰 차이를 만듭니다.
휴대용 공기압 게이지도 은근히 유용합니다. 타이어 공기압은 승차감뿐 아니라 제동거리와 코너링 안정성에 영향을 줍니다. 자동차보다 접지 면적이 작은 바이크는 타이어 상태 변화가 더 예민하게 느껴집니다. 한 달에 한두 번만 확인해도 주행감이 달라집니다.
처음 예산은 안전 장비에 몰아주는 게 낫다
처음 바이크 용품을 살 때는 블랙박스, 거치대, 튜닝 파츠까지 한꺼번에 눈에 들어옵니다. 솔직히 재미있는 건 그런 제품들입니다. 하지만 예산이 한정돼 있다면 헬멧, 장갑, 재킷, 부츠, 하의 보호대 순서로 잡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100만 원 정도를 생각한다면 헬멧에 30만 원 안팎, 재킷에 20만 원대, 장갑과 부츠에 각각 10만 원대 이상을 배분하는 식이 현실적입니다. 남는 예산으로 비상 공구, 우비, 스마트폰 거치대, 도난 방지 자물쇠를 채우면 출퇴근과 주말 주행 모두 안정감이 생깁니다.
중고 용품은 조심해야 합니다. 장갑, 재킷, 부츠는 상태가 좋으면 고려할 수 있지만 헬멧은 이전 충격 이력을 알기 어렵습니다. 헬멧만큼은 새 제품을 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내장재 냄새나 위생 문제가 아니라, 충격 흡수 성능을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바이크 용품은 결국 내 라이딩 습관을 보여줍니다. 짧은 거리니까 괜찮겠지 싶은 날에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고, 익숙한 길에서 방심하는 순간도 있습니다. 장비를 갖춘다고 모든 위험이 사라지지는 않지만, 위험이 내 몸에 닿는 방식을 크게 바꿔 줍니다. 멋진 바이크를 오래 즐기려면 장비에 쓰는 돈도 주행 실력의 일부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