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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 소화기 고르고 안전하게 쓰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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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 소화기 고르고 안전하게 쓰는 방법

얼마 전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전용’이라고 적힌 소화기 광고를 봤습니다. 차에 한 대 넣어두면 배터리 화재까지 끌 수 있을 것처럼 읽히더군요. 그런데 전기차 화재 소화기를 고를 때 먼저 따져야 할 것은 제품 이름보다 불이 난 위치입니다. 실내에서 막 시작된 작은 불과 차체 아래 배터리에서 발생한 불은 대응 방법이 다릅니다.

소화기로 끌 수 있는 불은 어디까지일까

차량용 소화기는 시트나 내장재, 배터리와 무관한 배선 등에서 생긴 작은 초기 화재에 쓸 수 있습니다. 기아의 긴급구조 안내서도 고전압 배터리가 관련되지 않은 작은 화재에는 ABC 소화기를 사용하도록 설명합니다. 다만 운전자가 불길을 확인하려고 차 안을 뒤지거나 닫힌 보닛을 열어서는 안 됩니다. 불이 번지는 속도를 예측하기 어렵고, 보닛을 여는 순간 불길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반면 배터리팩 내부에서 열폭주가 시작되면 휴대용 소화기 한 대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열폭주는 배터리 셀의 온도가 계속 올라 주변 셀로 열이 퍼지는 현상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불꽃을 잠시 줄여도 내부 열은 남을 수 있습니다. 미국 화재예방협회는 소방대가 배터리 외함을 많은 물로 냉각하며 대응한다고 설명합니다. 운전자가 작은 물병이나 소화기로 배터리 화재를 끄려 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전기차 전용’ 문구보다 확인할 표시

소화기를 살 때는 우선 용기에 ‘자동차 겸용’ 표시가 있는지 확인하세요. 차량의 진동과 온도 변화를 고려한 제품인지 살펴볼 수 있는 표시입니다. 이어 소화기 본체에 적힌 적응 화재 종류와 사용 방법, 제조일 및 사용 가능 기간을 읽어두는 편이 좋습니다. 분말식이라면 압력계 바늘이 정상 범위에 있는지도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ABC 분말소화기의 A는 일반 가연물, B는 유류, C는 전기 설비 관련 화재를 뜻합니다. 여기서 C 표시가 고전압 배터리팩 내부 화재까지 끌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리튬’이라는 말만 보고 D급 금속화재용 소화기를 고르는 것도 맞지 않습니다. 소방청은 D급 소화기가 마그네슘 같은 가연성 금속용이며 리튬이온전지 화재와는 무관하다고 안내했습니다.

법적 비치 기준도 알아둘 만합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4년 12월 1일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로 차량용 소화기 비치 의무가 확대됐습니다. 다만 시행 전 등록된 차량 등에 소급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의무 대상인지와 별개로, 전기차에 두는 소화기는 배터리 화재를 해결할 장비가 아니라 작은 초기 화재에 대응할 장비로 생각하는 게 정확합니다.

연기나 불꽃을 봤을 때의 행동 순서

주행 중 타는 냄새나 연기가 나면 안전한 곳에 차를 세우고 시동을 끈 뒤 탑승자부터 내리게 합니다. 충전 중이라면 차량에서 벗어나고, 충전기나 차량의 손상된 부분을 만지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일단 모두 떨어진 곳으로 이동한 뒤 119에 위치와 차량 상태를 알리세요. 지하주차장이라면 주차 구역과 층수, 출입구 위치도 함께 전하면 현장 접근에 도움이 됩니다.

소화기 사용은 탑승자가 모두 대피했고, 불이 아주 작으며, 뒤쪽에 빠져나갈 길이 확보된 경우에만 판단할 일입니다. 안전핀을 뽑고 노즐을 불의 아래쪽으로 향해 손잡이를 누릅니다. 연기가 짙어지거나 불길이 차체 아래에서 나오면 즉시 물러나야 합니다. 소화기를 쓰느라 신고나 대피가 늦어지는 상황은 피해야 합니다.

특히 차체 아래에서 흰 연기나 불꽃이 나오거나, 쉭쉭거리는 소리가 들리거나, 충돌 뒤 배터리 손상이 의심된다면 배터리 이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접근하지 마세요. 불꽃이 잠시 사라졌더라도 차 가까이 돌아가거나 직접 견인하려 하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배터리에는 열과 전기가 남아 다시 불이 붙을 수 있어 소방대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차 안에서는 꺼내기 쉬운 곳에

소화기를 트렁크 깊숙이 넣어두면 급할 때 꺼내기 어렵습니다. 운전석이나 동승석에서 빠르게 닿을 수 있으면서도 운전 조작을 방해하지 않는 위치에 단단히 고정하는 편이 좋습니다. 급제동 때 굴러다니지 않도록 고정 상태를 확인하고, 가족이 함께 타는 차라면 소화기 위치와 119 신고 순서를 미리 공유해두세요.

전기차 화재 소화기를 준비하는 일은 필요합니다. 다만 그 소화기에 기대할 역할을 정확히 아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작은 불에는 빠른 대응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배터리 이상이 의심되는 순간에는 사람을 먼저 대피시키고 소방대가 대응할 공간을 만드는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기차 화재 소화기 고르고 안전하게 쓰는 방법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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