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필랑트 시승기에서 내게 맞는지 판단하는 방법

요즘 차를 보러 가면 SUV의 공간은 필요하지만 높은 차체의 움직임은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르노 필랑트가 눈에 들어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죠. 길고 낮은 차체에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얹은 크로스오버입니다. 공개된 실도로 시승 기록과 르노코리아 제원을 바탕으로, 직접 시승할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할지 짚어봤습니다.
차체가 낮아지면 운전 느낌도 달라질까
필랑트의 차체는 길이 4,915mm, 너비 1,890mm, 높이 1,635mm입니다. 같은 플랫폼을 쓰는 그랑 콜레오스보다 길고 낮아서 옆에서 보면 일반적인 SUV보다 세단에 가까운 인상을 줍니다. 그렇다고 수치만 보고 주차가 쉬울 거라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길이가 거의 4.9m인 만큼 좁은 주차장에서는 앞뒤 여유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실도로 시승 기사에서는 고속 주행 안정감과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의 충격 처리에 좋은 평가가 나왔습니다. 필랑트에는 노면의 움직임에 따라 감쇠 특성을 달리하는 주파수 감응형 댐퍼가 적용됩니다. 다만 승차감은 휠과 타이어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테크노는 19인치, 아이코닉 이상은 20인치 휠을 쓰므로 시승차의 트림을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가능하다면 방지턱을 낮은 속도로 넘은 뒤 뒷좌석에서도 한 번 느껴보세요. 앞좌석에서 편안한 차가 뒷좌석에서도 똑같이 느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이브리드는 조용하지만 가속할 때도 확인해야 한다
르노코리아가 밝힌 필랑트의 시스템 최고출력은 250마력, 공인 복합연비는 15.1km/L입니다. 도심 주행에서 최대 75%를 전기 모드로 달릴 수 있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여기서 75%는 언제나 달성되는 수치가 아닙니다. 배터리 충전 상태, 기온, 가속 방식과 교통 흐름에 따라 엔진이 개입하는 비율은 달라집니다.
공개된 시승 기록을 보면 저속에서는 전기차처럼 조용하게 움직이고, 완만하게 속도를 올릴 때 엔진과 모터의 전환도 매끄럽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반면 언덕에서 강하게 가속하면 엔진 소리가 실내로 들어온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그래서 시승에서는 평지만 천천히 달리지 말고, 합류 구간에서 한 번 충분히 가속해 보는 편이 낫습니다. 페달을 밟았을 때 힘이 붙는 과정과 엔진음이 자신에게 거슬리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연비 숫자 하나만으로 효율을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공개된 시승에서도 주행 경로에 따라 공인연비보다 낮거나 높은 수치가 나왔습니다. 짧은 시승 동안 표시된 평균연비보다는 평소 출퇴근길에 도심 정체가 많은지, 고속도로 비중이 큰지를 기준으로 기대치를 잡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회생제동 강도는 기어 노브로 조절할 수 있으니, 감속할 때 차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이는지도 함께 느껴보면 좋습니다.
2열과 트렁크는 숫자보다 자세가 중요하다
르노코리아는 필랑트의 뒷좌석 무릎 공간을 320mm, 기본 트렁크 용량을 633L로 안내합니다.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2,050L까지 늘어납니다. 가족용 차로 쓰기에 관심이 가는 수치지만, 실제 편안함은 앞좌석 위치와 탑승자의 키에 따라 달라집니다. 운전석을 평소 자세로 맞춘 뒤 뒷좌석에 앉아 무릎과 머리 위 공간을 확인해야 합니다.
아이코닉 이상에 적용되는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는 실내를 한층 넓어 보이게 합니다. 대신 키가 큰 가족이 있다면 루프가 있는 시승차에서 머리 위 여유를 직접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트렁크도 용량만 보지 말고 입구 높이와 바닥 길이를 살펴야 합니다. 유모차나 골프백처럼 길고 부피가 큰 짐은 리터 수가 넉넉해도 넣는 각도에 따라 불편할 수 있으니까요.
가격표에서는 원하는 장비부터 고르자
르노코리아가 안내하는 친환경차 세제 혜택 적용 시작 가격은 테크노 4,394만 9,000원, 아이코닉 4,763만 9,000원, 에스프리 알핀 5,043만 9,000원입니다. 실제 계약 금액은 선택 사양과 세금 등에 따라 달라지므로 견적서로 확인해야 합니다. 기본형에도 12.3인치 계기판과 센터 화면,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이 들어갑니다. 동승석 화면, 라운지 시트, 글래스 루프가 필요하다면 아이코닉 이상을 비교하게 됩니다.
솔직히 필랑트는 사진보다 시승 순서를 잘 짜야 성격이 드러나는 차입니다. 운전석에서 정체 구간과 가속 구간을 겪고, 같은 날 뒷좌석에 앉아 승차감을 확인해 보세요. 그 과정에서 조용한 하이브리드와 넉넉한 공간이 내 운행 방식에 맞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