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시 문잠김 상황에서 탈출하는 방법

얼마 전 전기차 실내를 보다가 문을 여는 버튼과 손으로 당기는 장치가 서로 다른 곳에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평소에는 버튼 하나면 충분하지만, 연기가 나는 상황에서 전원이 끊기면 그 차이가 중요해집니다. 전기차 화재시 문잠김이 걱정된다면 내 차의 문이 평소에 어떻게 열리는지, 전기가 없을 때는 어디를 당겨야 하는지부터 알아둬야 합니다.
문이 안 열릴 때는 잠금과 전원 상태를 구분하세요
화재가 나면 모든 전기차 문이 자동으로 잠겨 승객을 가둔다는 식의 설명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문이 열리지 않는 이유는 차마다 다릅니다. 중앙 잠금이 걸려 있을 수도 있고, 전동식 문 열림 버튼에 필요한 저전압 전원이 끊겼을 수도 있습니다. 충돌로 차체가 변형돼 문 자체가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화면이나 버튼이 반응하지 않는다고 해서 기계식 개방 장치까지 쓸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사용설명서는 실내 운전석 손잡이를 당기면 잠금이 풀리며 문이 열리고, 동승석과 뒷좌석은 손잡이를 한 번 당겨 잠금을 푼 뒤 다시 당겨 열도록 안내합니다. 반면 테슬라 모델 3은 평소 실내 버튼으로 문을 여는 방식이며, 저전압 전원이 없을 때 앞문은 창문 스위치 앞쪽의 수동 개방 장치를 들어 올리도록 안내합니다. 같은 ‘문이 안 열린다’는 상황이라도 먼저 찾아야 할 장치가 다른 셈입니다.
연기나 불꽃이 보이면 탈출부터 하세요
주행 중 이상한 냄새나 연기가 보인다면 주변 차량을 살피며 안전한 곳에 멈추고 비상등을 켜세요. 정차한 뒤에는 동승자에게 안전벨트를 풀고 문을 열도록 짧고 분명하게 말하는 편이 좋습니다. 연기가 차 안으로 들어오거나 불꽃이 보이면 짐을 챙기느라 시간을 쓰지 말고 즉시 내리는 게 우선입니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사고 대응 안내도 정차 후 시동을 끄고 대피하며 다른 사람이 차량에 접근하지 않도록 하라고 설명합니다.
평소 쓰던 문 버튼이 작동하지 않으면 실내 손잡이나 제조사가 지정한 수동 개방 장치를 사용합니다. 문 하나가 충돌로 찌그러져 열리지 않는다면 반대쪽 문도 확인하세요. 뒷좌석에 어린이가 있다면 뒷문 차일드록 설정과 좌석별 탈출 경로를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수동 개방 장치는 차종과 생산 시기에 따라 위치가 달라지므로, 다른 사람이 올린 짧은 영상만 기억해서는 곤란합니다.
차 밖으로 나온 뒤에는 차량과 거리를 두고 119에 신고하세요. 위치, 탑승 인원, 연기나 불꽃이 보이는 곳, 차량이 전기차라는 사실을 알려주면 됩니다. 지하주차장이라면 차량 옆에 머무르지 말고 건물의 대피 안내에 따라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손상된 고전압 배터리에서 유해하거나 불이 붙기 쉬운 가스가 즉시 또는 뒤늦게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차 안에 물건을 두고 나왔더라도 다시 들어가지 않는 이유입니다.
내 차의 수동 개방 장치는 미리 찾아두세요
준비할 때는 사용설명서에서 ‘도어’, ‘비상시 문 열기’, ‘전원 없을 때 문 열기’ 항목을 찾아 운전석·동승석·뒷좌석을 각각 확인하면 됩니다. 특히 뒷좌석은 앞좌석과 같은 구조라고 짐작하지 마세요. 테슬라 모델 3의 현재 사용설명서에는 뒷문 수동 개방을 위해 도어 포켓 아래쪽 덮개를 열고 케이블을 당기는 방식이 나옵니다. 다만 생산 시기와 사양에 따라 절차가 다를 수 있어, 자신의 차량 설명서에 표시된 위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가족이 자주 타는 자리에서도 개방 장치의 위치를 눈으로 확인해 두면 좋습니다. 아이를 태운다면 차일드록을 켠 상태에서 누가 아이를 도울지까지 생각해 두세요. 다만 주행 중 수동 개방 장치를 시험 삼아 당겨서는 안 됩니다. 테슬라도 차량이 움직일 때 수동 장치를 사용하지 말라고 안내합니다. 전원이 살아 있는 평상시에는 일반 문 열림 방식으로 사용하고, 비상 장치는 위치와 조작 방향을 설명서로 익혀두는 정도가 적절합니다.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면 위치를 정확히 알리세요
모든 문이 충돌로 걸렸거나 몸을 움직이기 어렵다면 119에 차량 위치와 탑승 좌석, 열리지 않는 문을 구체적으로 알리세요. 동승자가 있다면 가능한 문을 확인하고 구조대와 통화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는 편이 낫습니다. 화재가 의심되는 차량의 고전압 부품이나 노출된 전선을 직접 만지는 행동은 피해야 합니다.
전기차에서 문이 안 열리는 순간을 대비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특별한 장비를 사두는 것보다 내 차의 손잡이와 수동 개방 장치를 미리 아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던 작은 손잡이 하나가 긴급 상황에서는 탈출 시간을 좌우할 수 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