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율 제대로 비교하는 방법

얼마 전 지하주차장 화재 뉴스를 본 뒤 전기차 화재율을 묻는 지인이 있었습니다. 화면에 잡힌 피해 규모가 컸던 만큼,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자주 불이 나는지도 궁금했던 거죠. 그런데 뉴스의 화재 건수만으로는 그 질문에 답하기 어렵습니다. 등록된 차량 수와 집계 기간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화재 건수보다 등록 차량당 비율을 보세요
소방청 발표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는 2023년 72건, 2024년 73건이었습니다. 두 해의 건수는 비슷하지만, 이것만으로 화재 위험이 그대로였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운행 중인 전기차가 늘면 같은 화재 건수라도 차량 한 대당 발생 비율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전기차 화재율을 읽을 때는 ‘화재 건수 ÷ 등록 차량 수 × 100’을 먼저 떠올리면 편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기간에 등록 차량 10만 대 중 10건이 발생했다면 0.01%, 즉 등록 차량 1만 대당 1건입니다. 실제 통계에서는 화재를 집계한 기간과 등록 대수를 잡은 시점이 일치하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연중 계속 늘어나는 차량을 연말 등록 대수로만 나누면, 그 값은 한 해 동안 각 차량이 화재를 겪을 확률과 같지 않습니다.
내연기관차와 비교할 때 놓치기 쉬운 것
소방청이 2022년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했을 때 전기차 화재 발생 비율은 약 0.01%, 내연기관차는 약 0.02%였습니다. 당시 발표에서는 전기차가 더 낮았습니다. 다만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반올림한 수치만 보고 위험이 정확히 절반이라고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작은 비율은 반올림 방식에 따라 차이가 크게 보일 수 있습니다.
비교 범위도 중요합니다. 전기차 승용차만 놓고 내연기관 승용차·버스·화물차 전체와 비교하면 차종별 운행 환경이 섞입니다. 차령과 연간 주행거리도 다릅니다. 오래된 차량과 새 차량, 짧게 운행하는 차와 매일 장거리를 달리는 차를 같은 조건으로 볼 수는 없죠. 등록 차량당 비율은 전체적인 규모를 읽는 출발점이지, 내가 살 특정 모델의 위험을 그대로 알려주는 숫자는 아닙니다.
연도별 화재 건수를 비교할 때는 발표 시점도 확인할 만합니다. 조사와 통계 수정으로 과거 연도 수치가 달라질 수 있고, ‘전기차 화재’가 모두 배터리에서 시작된 화재를 뜻하는 것도 아닙니다. 충돌이나 차량의 다른 전기 부품에서 시작된 사고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발생 빈도와 화재 피해는 따로 봐야 합니다
화재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자료가 있어도 화재 대응까지 가볍게 여길 수는 없습니다. 소방청은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연소가 빠르게 확대되거나 진압에 오랜 시간이 걸려 피해가 커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배터리가 손상된 상황에서는 일반적인 차량 화재와 대응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전기차 화재를 모두 ‘충전하다가 난 불’로 생각하는 것도 실제 자료와 거리가 있습니다. 소방청의 2021~2023년 전기차 화재 139건 가운데 운행 중 발생한 사례는 68건으로 약 49%였습니다. 충전 중 사례는 26건이었습니다. 주차와 충전만 신경 쓰면 충분하다는 뜻은 아니죠. 사고 뒤 차량 하부에 충격을 받았는지, 주행 중 경고등이나 이상 징후가 생겼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운전자가 실천할 수 있는 점검 방법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전기차 하부 배터리팩에 강한 충격이 의심되면 점검받을 것을 권합니다. 높은 턱이나 도로 장애물에 하부를 부딪힌 뒤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손상 여부는 서비스센터에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배터리 관련 경고가 뜨거나 평소와 다른 냄새·연기가 나면 운행을 멈추고 사람부터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충전 전에는 커넥터와 차량 소켓에 물기나 이물질이 없는지 확인하세요. 휴대용 충전기를 쓴다면 지정된 콘센트를 사용하고 연장선 사용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충전기에 손상이나 과열 흔적이 보일 때도 사용을 멈추고 관리 주체에 알리는 편이 낫습니다. 차량의 충전 설정과 안전 관련 안내는 제조사 설명서를 기준으로 확인하면 됩니다.
실제로 연기나 불꽃이 보인다면 가까이에서 배터리 상태를 확인하거나 직접 진압하려고 시간을 쓰지 마세요.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 뒤 119에 위치와 차량 상태를 알리는 게 우선입니다. 화재율이라는 숫자는 불안감을 가늠하는 데 유용하지만, 운전자에게 더 필요한 것은 내 차의 이상 징후를 놓치지 않고 신속히 대피할 준비를 해두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